[서정향 교수의 '인간과 개'] ③ 우리 집 반려견의 노화와 우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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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향 교수의 '인간과 개'] ③ 우리 집 반려견의 노화와 우울증
  • 서정향 고문
  • 승인 2020.01.1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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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견 5-6세, 소형견 10-11세에 노화 찾아 온다

<편집자 주> '애니멀타임즈'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동물의 왕국에서 흔히 맹수나 맹금류 등의 어린새끼를 보노라면 마치 인간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귀여움은 잠깐, 유년기·청년기의 일상인 약육강식 투쟁을 거쳐 노령기로 접어드는 흐름이다. 우리가 키우는 개를 한번 보자. 어릴 때 입양해 쉴 새 없이 재롱을 피우며 행복감을 주던 모습이 우리의 기억에 깊이 새겨져 있다. 그러나 우리집 반려견도 나이가 들면 상황이 달라지는 슬픔도 마주해야 한다. 노화의 진행에 대해 한번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반려견의 노화

개들의 노화는 품종과 신체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그레이트 데인(Great Dane)과 같은 대형견은 5-6세가 되면 노령기에 접어드는 반면, 치와와(Chihuahua)와 같은 소형견은 10-11세가 되어야 노화가 찾아온다. 인간의 나이 60-70세에 해당한다.

(좌)그레이트데인, (우)치와와 사진제공=akc
(좌)그레이트데인, (우)치와와 사진제공=akc

이 시점에서 일부 개에게 서서히 찾아오는 행동변화를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예를 들어 평상시 문제가 없었던 점프하기·계단 오르내리기 등의 행동을 하는데 통증을 느끼며 행동이 달라지거나 퇴행성관절염 증상인 뻣뻣함을 느끼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면 이 시점부터 인지기능장애 증후군(Cognitive Dysfunction Syndrome, CDS)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인지기능장애 증후군은 사람으로 치면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기억력과 관련된 장애다.

 

인지기능장애 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CDS가 찾아온 발병 초기, 보호자들은 주로 반려견의 시력과 청력이 약해져 특정 물체나 소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는 반려견의 어떠한 행동 변화에 주목해야 할까?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수의과대학의 CDS로 진단하는 주요 지표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다.

첫째, 방향 감각을 상실하거나 혼돈 하는 행위(Disorientation)

- 갑자기 계단 오르는 법을 잊어버리는 행동

- 야외 마당이나 코너에서 길을 잃거나 헤매는 듯한 행동 등

둘째, 가족들과의 관계 변화(Interaction changes)

- 주인의 무릎에 앉거나 치대며 감겨 붙는 행위대신 독립적인 행동 즉, 가족에게 관심 받는 행동 및 애정표현에 관심이 없음

셋째, 낮과 밤 수면 주기의 변화(Sleep/wake cycle changes)

- 반려견이 평상시 밤에 숙면을 잘 취했는지, 이전과는 달리 낮에 수면 시간이 많아졌는지의 수면주기 변화 등

넷째, 집을 더럽히는 행위(House soiling)

- 이전에 배뇨 배변 훈련이 잘되었는데 집안에서 배뇨 및 배변을 봄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다섯째, 전반적인 활동 수준의 변화(Activity-level changes)

- 이전과는 달리 다소 사납게 굴거나 갈수록 불안한 증상과 함께 식욕부진 증상

- 좋아하는 장난감, 게임 또는 간식을 주면서 장난치는 행동이 저하됨

이와 같은 행위가 여러분의 반려견에게 나타난다면 인지기능장애를 의심하며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집 개도 우울증(Depression)에 걸릴 수 있을까?

여러분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거나 우리집에 오랫동안 기다리던 아기가 태어난다고 하면 그때의 감정이나 기분과는 전혀 무관하게 활기 넘치고 상기될 것이 틀림없다. 반려견도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더라도 익숙한 가족과 함께 한다면 인간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반려견 가족 한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3마리의 반려견을 키우던 한 가족은 2006년 어느 날 ‘키위’라고 하는 반려견이 지병으로 5여년간 함께했던 동료견을 뒤로 한 채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다른 두 반려견의 이름은 ‘핑크’와 ‘부시’였다. 반려견 보호자의 슬픔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남은 핑크, 부시와 함께 그 가족은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몇 년 뒤 2011년 ‘핑크’까지 무지개다리를 건너자 홀로 남은 ‘부시’의 행동은 확연히 달라졌다. 가족들이 보더라도 ‘부시’는 활기 없이 외로운 기색이었으며, 갈수록 우울증이 더욱 심해졌다. 부시는 걷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주인의 침대주변이나 침대 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로 보았을 때, 반려견에게서는 항상 인간과 유사한 우울증 증상을 보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미국 텍사스 A&M 수의과 대학의 수의행동학자(American College of Veterinary Behaviorists) 보니 비버(Dr. Bonnie Beaver)는 과연 개들이 인간과 동일한 양상으로 우울증을 느끼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 바 있다. 개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임상학에서 몇 가지 상황 하에서 일어나는 행동변화에 대한 설명은 할 수 있지만, 반려견이 인간처럼 장기간 우울증이 지속되는 문제는 일상적이지 않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반려견의 우울증 증세

그렇다면 반려견의 우울증의 증상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미국수의사회행동학 학회장을 지낸 존 크리바시 박사(Dr. John Cribassi)에 의하면 반려견 우울증은 인간과 유사한 것 같지만 우울증을 흉내 내는 증상(Mimic the symptoms of the depression)과 구분을 해야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특정 변화에도 꼼짝하지 않고 움츠려 있거나 수면과 식욕의 변화를 비롯해 놀이활동에 한번 관심을 보이다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는 우울증보다는 체내 자체 질환인 의료학적 문제(Medical problem)로 해석할 수 있다. 정기점검을 통해 관절염을 포함한 암 등의 질환을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할 것이다.

사진제공=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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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에게 우울증이 발생하는 이유

그 외 반려견의 주요 행동변화로 추정하여 우울증이 발생 가능한 상황을 설명하자면, 남성의 경우 결혼을 해서 새로운 집과 와이프가 생기고, 그 이후 아기가 태어나거나 추가적으로 또 다른 반려견을 입양 할 때 기존의 반려견은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반려견의 스케줄의 변화도 요인이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시간을 주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 주인이 직장을 가져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는 경우에도 우울증이 유발된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 반려견의 우울증은 일시적·장기적으로 발생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개도 동료나 가족 잃으면 심각한 우울증 온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려견에게 가장 심각하게 우울증을 유발하는 가능성이 큰 것은 수년간 함께했던 동료 반려견 또는 주인을 잃었을 경우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결과적으로, 앞서 언급한 세 마리 반려견 가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인간이든 반려견이든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를 잃을 경우 그 외로움과 우울감은 항상 따라가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라고 하는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을 달래고자하는 어느 시인의 시 구절을 이해할 수 없는 한, 우울증은 피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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