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향 교수의 '인간과 개'] ⑳ 같지만 다른 세상, 강아지의 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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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향 교수의 '인간과 개'] ⑳ 같지만 다른 세상, 강아지의 오감
  • 서정향 고문
  • 승인 2020.02.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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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각과 청각은 인간보다 훨씬 발달했고 미각은 둔한 편

<편집자 주> '애니멀타임즈'는 인간과 오랜 시간 동고동락을 함께 하면서, 언제나 우리곁을 지켜 온 평생 반려동물 개의 생활습성과 질병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이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칼럼을 집필해 주실 분은 국내 최고 권위의 수의학자인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이십니다. 서 교수님은 오랫동안 개의 습성과 질병, 특히 암에 대해 연구를 해 오신 분입니다.

이 칼럼을 통해 인간이 개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서정향 건국대 수의과대학 교수

멀리서 발소리만 들어도 엄마가 오는 걸 안다.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계속 한 곳을 보며 짖는다. 산책하러 나가면 무슨 냄새를 그렇게 맡아대는 건지. 우리 집 개가 느끼는 세상은 우리가 느끼는 세상과는 확연히 다른 듯하다. 어떻게 다른 건지 개의 오감을 따라 가보자.

 

후각, 사람보다 100만 배 발달했다고?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개의 오감 중 가장 발달한 감각은 후각이다. 이런 점을 이용해 폭발물 탐지견, 수색견처럼 냄새를 감지하는 일에 개들이 동원되기도 한다. 도대체 얼마나 후각 능력이 발달했길래? 놀라지 마시라. 무려 1천만 배~1억 배다. 밝혀진 바로는 개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냄새보다 100배~100만 배 약한 냄새도 맡을 수 있다. 개의 콧속 후각상피가 존재하는 면적이 사람보다 6~50배 넓으며, 뇌에서 후각을 구분하는 후각망울도 사람보다 40배 정도 커서 개의 후각이 민감해진 것이다.

 

 

사람이 듣지 못하는 소리도 듣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후각 다음으로 발달한 감각이 청각이다. 개는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것보다 2옥타브 높은 정도의 초음파도 들을 수 있고, 훨씬 더 낮은 소리도 들을 수 있어 전체적으로 사람보다 4배 넓은 청각 범위를 갖는다. 또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6분의 1 크기의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사냥할 때, 사냥감의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우리 반려견이 사냥을 할 일은 없지만, 사람의 발소리를 구분하거나 목소리의 높낮이로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등 청각의 발달은 여전히 유용하게 쓰고 있다.

 

사람보다 잘 볼까? 못 볼까?

하지만 시각은 다르다. 흔히 개는 마치 우리가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세상에 산다고들 한다. 개가 색을 사람만큼 잘 구별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색맹은 아니다. 연구 결과, 개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다양한 조합을 구분할 수 있으며, 적록색맹인 사람들과 유사한 세상을 본다고 한다.

사진=akc
사진=akc

그렇다면 시력은 어떠한가? 사람의 시력 측정 기준과 비교하면 개의 시력은 0.3 정도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람보다 동체시력은 훨씬 뛰어나다고 한다. 즉, 엄청 멀리서 사람이 손을 흔드는 행동도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개들이 아무것도 없는 곳을 보며 짖는 것도, 사실은 지나가는 벌레를 보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개의 시야는 품종에 따라 다양하지만 대부분 사람보다 넓은 시야를 가진다. 양안으로 보는 시야는 사람보다 좁지만, 한쪽 눈으로 보는 측면 시야가 사람보다 훨씬 넓다. 따라서 개와 사람 중 누가 더 시각이 발달했는지 따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개가 보는 세상은 사람이 보는 세상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음식의 맛은 잘 느낄까?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미각은 둔한 편이다. 동물은 미뢰를 통해 맛을 느끼는데, 사람의 미뢰가 약 9천 개인데 비해 개의 미뢰는 2천 여 개에 불과하다. 또, 미뢰가 혀에 넓게 분포된 것이 아니라 앞쪽에 치중되어 있어 맛을 구별하는 정도도 낮다. 그래서 개들은 음식을 먹을 때 미각보다는 후각에 의존하며, 음식에 대한 호불호도 후각으로 갈린다.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

마지막으로 촉각에 관해 얘기해보자. 개가 태어나서 처음 느끼는 감각이 바로 촉각이고, 개의 사회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감각 역시 촉각이다. 강아지가 태어나자마자 어미 개는 강아지의 혈액순환을 위해 온몸을 핥아준다. 사람이 쓰다듬어주는 것 역시 개의 입장에서는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쓰다듬어주면 안정되어 맥박수와 혈압이 낮아지는 반려견들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개의 오감을 모두 살펴봤다. 사람과 개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가? 가끔 반려견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할 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자. 사람인 우리와는 같지만 다른 세상을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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